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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대 중국 유학생 박사과정 왕립군씨, 시인 등단
배재대 중국 유학생 박사과정 왕립군씨, 시인 등단
  • 최영범 기자
  • 승인 2018.12.17 2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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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장수 문학단체 ‘호서문학’ 신인상 수상…‘잠’ ‘환자’ 등 2편
배재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왕립군씨가 신인상 수상작이 실린 ‘호서문학’을 들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배재대)
배재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왕립군씨가 신인상 수상작이 실린 ‘호서문학’을 들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배재대)

[충청게릴라뉴스=최영범 기자] “중국인이 한국의 시를 공부한다는 모습을 예쁘게 봐주셨어요. 한국 최장수 종합문학단체인 ‘호서문학’ 신인상은 과분해요.”

다음해 2월 배재대 대학원 한국어문학 박사과정을 마치는 왕립군(王立群‧32)씨는 수줍은 듯 답했다.

중국 산시성 출신인 왕씨는 2018년 ‘호서문학’ 여름 호에 자작시 5편을 출품했다. 이 가운데 ‘잠’ ‘환자’ 2편이 신인상을 수상해 등단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당시 심사위원들은 작가가 중국인이라는 점을 알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게다가 그가 중국 위남사범대 교수라는 사실에 또 한 번 문학계를 감탄하게 했다.

“마음이 시켜서 적은 글 몇 줄이 큰 상으로 돌아올 줄 몰랐어요. 한국에서 보낸 10여 년 동안 가장 기쁜 소식을 배재대에서, 교수님들 사이에서 듣게 됐죠.”

그는 지난 2007년 배재대 한국어교육원에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이듬해 배재대 한국어문학과로 편입해 학부 과정을 마쳤다. 당시 배재대 교수들은 그를 현대문학의 바다에 풍덩 빠뜨렸다.

그는 ‘마음을 어루만지는 글의 힘을 배운 시간’이라고 회상했다. 이후 왕씨는 이화여대 석사를 거쳐 중국 위남사범대 교수로 임용돼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하지만 한국 현대문학을 배우고 싶다는 갈증은 깊어져만 갔다. 2016년 배재대 대학원 박사과정으로 회귀한 이유다. 처음 한국어 공부를 시작한 곳에서 마무리를 짓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왕씨는 박사학위 졸업논문으로 ‘김영석 시 연구’로 정했다. 시인인 김영석 한국어문학과 명예교수의 시 세계를 폭넓게 연구했다. 김 명예교수의 시는 노장사상처럼 동양적 고찰을 담고 있다는 게 왕씨의 설명이다.

학위를 취득하면 그는 고국으로 돌아가 한국어를 가르칠 예정이다. 가다듬은 한국어 교수법으로 회화와 문학을 전파할 계획이다.

왕씨는 “배움이 깊어질수록 스스로 ‘인복(人福)이 좋다’고 생각해왔다”며 “처음 한국어를 배울 때부터 지금까지 이끌어준 이영조 교수님, 현대문학의 문을 열어준 최문자 교수님, 시를 다잡아 준 강희안 교수님께 큰절을 올리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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