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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게릴라논단]‘법대로’ 장관
[충청게릴라논단]‘법대로’ 장관
  • 강남용 기자
  • 승인 2022.10.25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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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윤/배재대학교 주시경교양대학
김하윤/배재대학교 주시경교양대학

[충청게릴라뉴스=강남용 기자] #배재대학교#주시경교양대학#김하윤교수#사기#이리복검#모범적태도#소신#데스크칼럼#충남일보

김하윤/배재대학교 주시경교양대학.

춘추시대 진나라 문공 때에 이리라는 법무부 장관이 있었다. 그는 공평하고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는 장관이라고 소문이 났다.

하루는 지나간 재판의 기록들을 재검토하다가 본인의 잘못된 판결로 사람을 죽게 만들었다는 것을 뒤늦게 발견하게 되었다. 그러자 그는 곧 관복을 벗어던지고 죄인의 형상을 한 다음에 문공에게 나아가 자신을 사형에 처해달라고 자청하였다.

문공은 “관직에는 높고 낮음이 있고, 형벌에도 가볍고 무거움이 있기 마련이요. 이 사건은아랫사람이 잘못한 것으로 그대가 책임질 일이 아니오.”라며 이리를 위로하였다.

그러자 이리는 “제가 장관이라는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자리를 아랫사람에게 양보한 일이 없으며, 남보다 많은 월급을 받으면서도 아랫사람에게 나누어 준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제 잘못으로 사람을 죽여 놓고 그 책임을 아랫사람에게 미룰 수는 없으니, 사형에 처해주시기를 바랍니다”라고 재차 간청하기에 이르렀다.

이리의 말을 들은 문공은 언짢은 표정으로, “그대 말대로 윗사람에게 책임이 있다면 나도 죄가 있다는 말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이리는 법에는 형을 잘못 판결한 자는 그 형을 살아야 한다면서 사람을 잘못해서 죽인 자는 마땅히 죽어야 한다고 말한다.

임금님은 자신이 일을 잘 처리할 줄 알고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하셨는데, 억울한 사람을 죽게 했으니 죽어 마땅하다는 것이다. 말을 마친 이리는 벌떡 일어나서 옆에 있던 호위병의 칼을 뺏어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이는 <이리복검(李离伏劍)>으로 『사기』에 전해지는 이야기이다.

이 글은 단호하고도 엄격한 이리의 기개를 통해 자신의 실수로 인한 책임을 아랫사람에게 전가하지 말라는 교훈을 전해주고 있다. 책임 전가는 자기의 책임을 고의적으로 남에게 미루는 것이니, 자신의 잘못을 회피하고 남 탓으로 여기며 떠넘기는 것이다. 이러한 마음의 밑바탕에는 기본적으로 타인을 해하고자 하는 악의(惡意)가 깔려 있다. 자신의 보신(保身)이나 안위(安危)를 위해 타인을 희생의 제물로 삼겠다는 불순한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다.

자신이 행해야 할 의무나 임무가 ‘책임’이므로 당연히 다른 사람에게 그것을 떠넘기지 말아야 한다. 더군다나 사회지도층이나 고위공직자급의 인사라면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떳떳한 소신을 보여줘야만 할 것이다. 책임감은 권력의 무게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언행(言行)에 책임지는 모습, 직무에 충실하여 솔선하는 모범적 태도, 사감(私感)을 배제한 직분의 이행 등이 우리 사회의 고위공직자들에게 바라는 자화상이다.

요즘처럼 법무부장관이 매스컴의 주목을 받으면서 이슈가 되었던 때가 있을까. 이렇게 주목받는 게 과연 옳은 것일까 싶기도 하다. 능력보다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인맥의 꼬리표(?)가 더 유명해지면서 화제성을 몰고 다니는 것이라 본다.

국민들은 장관의 이러한 유명세로 이슈가 되는 것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에게 원하는 것은 공평무사(公平無私)하고 불편부당(不偏不黨)한 법 집행을 통해서 자리에 주어진 직무에 맞게 국민들의 여망을 충실하게 이행해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법과 관련한 모든 집행에 있어서 개인의 정치적 성향이 개입되거나 정부의 입맛에 맞는 사탕을 쥐어주는 것 또한 지양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생사여탈권을 쥔 법의 집행자라면 더욱 무겁게 느껴야 할 책임감이 있다. 국민은 권력의 ‘하수인’으로서가 아니라 정의의 ‘집행인’으로서의 역할을 맡겨 놓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잣대로 자신의 일에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으로 오직 국민을 위한 법무부의 수장(首長) 역할만 충실하기를 바랄 뿐이다. 형을 잘못 집행하면 그 형을 살아야 한다는 이리의 말처럼 ‘법대로’ 사법 정신이 필요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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