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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사람 없어서 문 닫았다”... 사라진 ‘청년 노동자’ 어디로 갔나
“일할 사람 없어서 문 닫았다”... 사라진 ‘청년 노동자’ 어디로 갔나
  • 강남용 기자
  • 승인 2022.12.27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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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인구 감소에 전문직·프리랜서 쏠림 현상 심화
“장기적 비전 제시하는 연령별 맞춤형 대책 필요”

[충청게릴라뉴스=강남용 기자] 대전 유성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A씨는 2층짜리 식당에 1층만 운영을 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맞는 첫 연말 특수지만 일할 사람을 뽑지 못해 2층에는 손님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A씨는 “구인 공고를 계속 내고 시급을 올려 직접 제안도 해보고 있지만 지원자가 없다”며 “일할 사람이 없으니 예약이 들어와도 2층은 오픈도 못하고 세만 다달이 나가고 있어 힘이 든다”고 하소연했다.

음식점을 비롯한 카페, 영화관 등 대면 서비스업종에서 20대 근로자가 사라지고 있다. 이는 청년층 인구가 줄어든 것도 한가지 원인이지만 코로나 펜데믹 기간 주식과 가상화폐 시장의 과열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통계청의 최근 고용동향 보고서를 살펴보면 11월 기준 우리나라 20대 취업자 수는 376만2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000명 감소했다. 저출산의 영향으로 2018년 11월 기준 681만여 명이던 20대 인구는 매년 하락해 올해 644만명까지 감소하면서 자연스레 취업자 수는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청년층 구인난은 숫자와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특히 대면 서비스업과 단기 아르바이트일수록 구인난이 더 심해지는 경향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대 취업준비생 B씨는 “단기 아르바이트 위주의 대면 서비스업은 돈도 안 되고 어중간하게 시간만 잡아 먹힌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다”며 “그럴 바엔 배달일로 바짝 돈을 벌거나 그 시간에 공부해 프리랜서나 전문직에 종사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르바이트 시장을 떠난 청년들은 전문직 등 좋은 일자리로 쏠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1만3123명이 응시하면서 20년 만에 가장 많은 인원이 시험에 참여한 공인회계사(1차 시험) 시험의 경우 응시자의 약 87%가 20대였다.

또한 수능으로 유턴하는 20대 중후반의 ‘늦깍이 수험생’도 지난해 기준 10만3620명으로 전년(10만1994명)과 비교해 꾸준히 느는 등 전문직 선호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처럼 청년층들이 전문직을 선호 이유로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MZ세대의 특성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복지 격차 심화 등 구조적인 문제도 꼽히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 펜데믹 기간 과열된 주식과 가상화폐 시장의 영향도 일정부분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지금의 20대 청년들은 지난 2년간 주식과 가상화폐 시장의 폭등으로 주위에서 쉽게 큰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실제 경험한 세대로 대면 서비스업종에서의 단기 아르바이트 등은 어렵기만 하고 보상은 적은 일로 치부된다는 것이다.

지역 한 경제전문가는 “실제로 요즘 20대 초반 청년층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첫 직장으로 소규모 사업장은 선택지에도 없다”며 “이는 지난 2년간 이들이 겪은 주식과 가상화폐 시장의 과열로 직장을 보는 눈이 높아진 것도 한몫하지만 첫 출발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식의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의 구인난 해소를 위해 중년층들을 공공일자리가 아닌 민간일자리에서 고용할 수 있도록 교육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청년층들에겐 그에 맞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수치만이 아닌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노동시장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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