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질 정원에서/한수영 지음/강/284쪽/1만 4,000원

[충청게릴라뉴스=강남용 기자] 대학에서 만나 평생의 친구가 된 50대 초반의 기정, 이현, 혜영 세 여성은 어느 늦가을 오후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기정의 집 정원에 모여 하룻밤을 같이 보내면서 굴곡진 과거의 시간을 돌아본다.
늦가을 한적한 호수처럼 잔잔한 분위기의 단편 '바질 정원에서'에 등장하는 중년여성 친구 셋은 맥주와 와인을 마셔가며 함께 한 오랜 시간과 정이 묻어나는 농담을 주고받는다.
"세 사람이 만나면 이렇다. 가슴 밑바닥에 있던 미안함과 이런저런 근심이 연기처럼 흩어져버린다."
세 친구의 대화가 서사의 거의 전부인 이 소설에서 독자가 읽어내는 것은 그러나 대화 자체가 아니라 이들이 함께 보내는 늦가을 저녁과 밤의 어느 '시간'이다. 이 시간이란 대학 신입생 때 만나 오십 중반에 이른 이 셋이 각자 서로를 보듬으면서도 독립적으로 서로를 '물들이며' 지내온 그 시간이기도 하다.
"그러게, 우린 서로 물든 사람이었네"라는 깨달음.
'바질 정원에서'는 2002년 단편 '나비'로 중앙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소설가 한수영이 17년 만에 펴낸 두 번째 소설집이다.
꽉 짜인 구성과 언어의 팽팽한 밀도 등 단편소설의 고전적 미학과 규범들에 충실한 단편 아홉 편이 수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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