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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책] ‘기만’의 민낯을 치열하게 파고들다
[오늘의책] ‘기만’의 민낯을 치열하게 파고들다
  • 강남용 기자
  • 승인 2023.05.23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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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만·베네치아에서 죽다/토마스 만 지음/박광자 옮김/민음사/136쪽/1만 800원

[충청게릴라뉴스=강남용 기자]

20세기 독일 문학의 정점으로 불리는 거장 토마스 만의 짧은 소설 두 편이 민음사의 '쏜살 문고'판으로 동시에 나왔다.

'기만'은 토마스 만이 1953년 쓴 생애 마지막 작품이자 그의 문학적 주제 의식과 내밀한 욕망을 결정적으로 보여주는 소설.

자연을 사랑하는 로잘리 폰 튀믈러는 남편을 잃은 뒤 미술가로 활동하는 딸 안나와 대입을 앞둔 아들 에두아르트와 함께 안온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미국에서 온 과외교사 켄 키튼이 집에 들어오게 되면서 가족의 운명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비평가이자 철학자 테오도르 아도르노는 이 작품에 대해 "거짓된 삶의 비극을 보여주는 '기만'은 모든 규칙을 위반하며 우리에게 커다란 충격을 가져다준다"면서 "이 작품을 통해 무한한 해방감을 느낀다"고 했다.

'베네치아에서 죽다'는 프로이센의 국민 작가 구스타프 아셴바흐가 베네치아를 여행하다가 전염병에 걸려서 죽는 과정을 다섯 개의 장으로 나눠 서술한 이야기다.

늙어버린 자신의 거죽을 혐오하면서 미소년 타치오를 좇아 베네치아의 미로를 방황하는 아셴바흐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욕망, 육체, 죽음, 유혹 등의 문제를 치열하게 파고들었다.

만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걸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은 이탈리아의 영화 거장 루키노 비스콘티에 의해 영화화됐다.

해설을 쓴 서울대 독문과 안삼환 명예교수는 "형식과 내용 면에서 단편 소설이 제시할 수 있는 최고의 완결성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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