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게릴라뉴스=강남용 기자]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의 해’가 밝은 지도 어느덧 열 달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앞서 새해를 맞이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빌었던 희망들도 많았을 터. 그 중에선 열매를 맺고 수확한 결실도, 아직 돋지 않은 새싹이 자라나길 고대하는 마음도 공존하리라 짐작된다. 이 가운데 코로나19 전면 해제 이후 본격적으로 맞이하는 추석을 앞두고는 어떤 소망을 품었을지 각 연령대별 이야기를 들어봤다.
▲ 20대·언어재활사 1급 취득… “아이부터 노인까지 한줄기 희망될 수 있다면”
언어재활사로 근무한 지 올해로 4년차를 맞은 A 씨. 그는 이른 아침 잊지않고 실천하는 루틴이 있다. 바로 ‘오늘 하루도 힘내자’고 다짐하는 자신과의 약속이다. 이렇게까지 간단한가 싶지만, 이 한 문장 안에는 많은 뜻이 내포돼 있다.
한 명의 환자일지라도 늘 정확히, 꼼꼼하게 치료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라고도 할 수 있다. 또 뇌졸중, 외상성뇌손상, 마비말장애, 언어발달장애 등 특수한 사례를 도맡아 와 스킬은 쌓였지만 집중력과 책임감은 여전히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다.
1명 당 주어진 시간은 30분. 짧고도 긴 상황에서 치료사도, 환자도 공동으로 노력해야만 얻을 수 있는 첫 선물이 ’이름 석자와 집주소 이어 말하기’다. 누군가는 큰 생각 없이 5초 안에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쉽지만 환자들은 한 문장을 내뱉기 위해선 1년, 2년, 그 이상도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상황에서 A 씨는 연말에 있을 1급 국가고시에 전념해 더욱 전문적인 재활사로 거듭나 체계적인 평가와 맞춤형 치료법으로 ‘의사소통 향상’이라는 목표를 이루겠다고 단언했다.
A 씨는 “단순히 언어 개선만을 위한 치료가 아닌, 몸과 마음까지 단단히 치유됐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라며 “가끔은 가족처럼, 때론 친구처럼 편안하고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고 싶다”고 전했다.
▲ 30대·성공적인 프로젝트 수행… “모든 일 술술 잘 풀리길”
기존에 해 왔던 일에서 벗어나 새로운 직장에 발을 들인 지도 꽤 오래된 C 씨. 그런 그는 올해 결판을 짓겠다는 일념 하나로 임하고 있다. 코앞으로 다가온 12월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걱정과는 달리 팀원들과의 화합은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다. 그렇기에 가진 역량을 최대치로 쏟아붓고 있다. 초심자의 마음가짐으로 충실히 해내 반드시 그에 걸맞는 결과를 보여주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특히 성과도 중요하지만, ‘더 나은 도약의 과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C 씨는 앞서 어떤 일이든 맡은 바 책무를 다했던 열정을 토대로 보람과 긍지를 다시금 느끼고 싶다고 했다.
C 씨는 “추석 명절 때 좋은 기운을 받아 모든 일이 잘 풀렸으면 하는 마음이다. 당장 연말에 마감을 앞두고 있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회사 역시 거듭 성장해 나갔으면 좋겠다”며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가족과 지인들 모두 탄탄대로의 길을 달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 40대·‘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과거 뒤로한 채 다시 일어서고 싶죠”
그저 ‘취업만이 살 길’이라며 버텨온 D 씨. 눈 떠보니 마흔이다. 그런 그는 요즘 허탈감이 물밀듯 밀려온다. 자녀 뒷바라지 하기 위해 악착같이 달려왔지만, 이젠 남은 체력도 없다. 그냥 고갈됐다. ‘못 하겠다’고 소리치는 상상은 매일 수천 번도 더 한다. 그럼에도 아무것도 놓을 순 없다. 아직 경험하지 못한 세상이 눈 앞에 펼쳐져 있고, 앞으로 살아갈 날 또한 많이 남았으니까 말이다.
조각조각 맞춰져 있던 퍼즐들이 당장이라도 뒤엉킬 것만 같은 기분 속에서 잠시 뒤로 했던 ‘여행’이 문득 떠오른다. 새로운 공간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 온통 모르는 사람 천지인 거리에서 낯설지만 벅찬 감정을 느꼈을 당시의 기억이다.
이처럼 별 기대 없이 무작정 갔던 곳에서 오히려 특별함은 배가 되고, 한편으론 지친 일상의 위로가 되기도 한다. 그는 일도 좋지만 틈틈이 자신을 보듬어 주는 순간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로써 지체없이 모험을 떠날 계획이다. 이제 ‘미래를 위한 재정비’ 준비 과정은 끝났다.
C 씨는 “오랜만에 여행을 통해 걱정과 근심 모두 훌훌 털어버리고 올 예정”이라며 “지나온 삶에 안주하기 보다는 더 희망찬 내일을 위해 정진해 나가고 싶다”고 했다.
▲ 80대·오래도록 건강한 삶… “우리 가족 무탈히 사는 것이 곧 행복”
모두가 잠든 새벽 5시. E 씨는 늘 분주하게 아침을 맞이한다. 묵주를 손에 쥐고 1시간 가량 기도한 뒤 밖으로 나가 동네 사람들과 인사 한 번 나누고 산책겸 한바퀴 돌고 와서야 비로소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간이 정원에 옹기종기 피어난 꽃에 물도 주고, 뒷마당에 푸릇푸릇 자란 채소도 살뜰히 살핀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밥상을 차리고 온 집안을 구석구석 청소한다.
오전 시각에 이 모든 걸 끝낸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집에 방문하는 사람이 없더라도 쉬지 않고 한다. 그런 그에게도 유일한 낙이 있다. 바로 가족과의 통화다. 유일하게 하루 중 가장 밝은 미소가 보이는 때이기도 하다. 매번 비슷한 대화를 주고 받곤 하지만, 특히 ‘건강 챙기라’는 말은 일상에 녹아든 지 오래다.
E 씨는 “멀리 사는 자식들이 혹여 내가 아프진 않을까 걱정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평생 소원”이라며 “두 발로 걸어다닐 수 있을 때까진 도움받지 않고 꿋꿋이 잘 살고 싶다. 각자 인생 별 탈 없이 살아가면 그걸로 만족한다. 미약하게나마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가족들의 창창한 앞날을 빌어주는 것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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