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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상수도, 본부장 지시 단 5일 만에 일본 제품 불매·국산화 선언…“그동안은 안 했나 못했나?”
대전 상수도, 본부장 지시 단 5일 만에 일본 제품 불매·국산화 선언…“그동안은 안 했나 못했나?”
  • 조영민 기자
  • 승인 2019.08.09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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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은 비용·성능 등의 문제로 국산화 못했다” vs “그럼 5일 만에 성능 문제 해결됐나?”

[대전=충청게릴라뉴스] 조영민 기자 = 대전시 상수도사업본부(이하 상수도본부)가 일본의 경제 도발에 대응한 국민들의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호응해 수돗물 생산에 사용되는 전 제품의 국산화를 선언했다.

최근 상수도본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수돗물 생산을 위해 사용되는 크고 작은 제품들 가운데 수돗물 품질검사에 사용되는 시약 등 일본 제품의 경우 대체 가능한 국산 제품으로 교체할 예정”이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일본산 제품을 전수 조사하고, 대체 가능한 국산제품을 발굴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상수도본부의 한 관계자는 <충청게릴라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우선 정수장에서 사용 중인 15~20종의 제품이 대상이 될 것”이라며 “이들 제품에 대해 최대한 국산화가 가능한 제품을 찾아보고, 만일 현저하게 성능에 차이가 있을 경우는 유럽이나 미국 등의 제품으로 교체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같은 결정은 정무호 대전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의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러한 결정이 면밀한 사전 조사 없이 내려져 시류에 편성한 즉흥적 행정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상수도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지난 2일 일본이 우리나라를 수출심사 우대국, 이른바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한 날에 이루어졌다. 이날 정무호 본부장의 검토지시가 있었고, 닷새 후인 7일에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했다.

이처럼 닷새 만에 가능했던 국산화 결정이 그동안은 진행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상수도본부 관계자는 <충청게릴라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비용이 크게 차이 나는 부분도 있었고, 또 하나의 이유는 사용 중인 계측기가 일본 제품이 많은데 계측기를 교정하는 데 있어 아무래도 같은 회사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낫다는 실무선에서의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그동안 국산화를 하지 못하고 일본 제품을 사용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성능 및 안전성의 문제였다는 점을 상수도본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본부장 지시 이후 단 5일 만에 국산화가 가능한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단 5일 만에 이러한 판단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대해 이 관계자는 “실험을 하는 인력들은 다른 업무를 하지 않고 실험에만 집중하고 있고, 아무래도 그들이 여러 제품에 대해 많이 알기 때문에 안전성이나 실효성에 문제없이 충분히 잘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그동안은 왜 국산화의 노력을 안 한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또다시 비용과 성능의 문제를 거론하며 “그동안 실무진에서는 계측기가 일본 제품인 만큼 같은 회사에서 생산되는 용액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지만, 높은 정밀도가 요구되지 않는 경우는 국산 표준규격 제품을 사용해도 괜찮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지난 5일간의 검토로 가능했던 것이 왜 수년간 미루어졌느냐”는 질문에는 또다시 비용과 성능 문제를 제기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답변을 내놓았다.

결국, 본부장 지시 한마디에 면밀한 사전 검토나 분석 없이 시민 건강이 걸린 중요한 문제를 졸속으로 결정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다른 지역 상수도 관계자들 “필요성 공감하지만 신중해야”…대전 상수도, 졸속 비판 자초

특히, 상수도에 있어서의 국산화 문제와 관련해 타 시도의 상수도본부에서는 다소 신중한 모습을 보여 대전시 상수도사업본부와는 대조를 이뤘다.

한 광역상수도본부의 관계자는 <충청게릴라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경영진 차원에서 국산화 검토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면서도 “아무래도 시민 안전이 걸린 문제인 만큼 국산화 보다는 안전성 확보가 우선이라고 생각해 그쪽으로 초점을 맞춰 가능 여부를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다른 광역상수도본부의 관계자는 “일본 문제가 발생한 후 검토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성능이나 안전성에 있어 당장에는 힘들다는 결론이었다”며 “다만, 장기적으로는 국산화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광역상수도본부의 관계자는 “국민들의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는 공감하지만 아무래도 공공기관에서 직접 나서 대놓고 특정 국가 제품을 배제하는 행동을 하기에는 여러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대전시 상수도사업본부가 타 시도 광역상수도본부의 신중한 접근과는 달리 사전에 성능 및 안전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시류에 편성해 성급하게 국산화를 선언하는 것은 자칫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ccgnews@ccg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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