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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충남도교육청의 실수라기엔 너무나 치명적인 그 말 “일본 천황”
[기자의 눈] 충남도교육청의 실수라기엔 너무나 치명적인 그 말 “일본 천황”
  • 송호진 기자
  • 승인 2020.05.03 2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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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독립만세 혁명 및 대한민국 초대 정부 수립 100년을 지나 광복 100년을 바라보며...
김지철 충남도교육감이 윤봉길 의사의 상하이 의거 88주년을 맞아 충의사를 참배하는 모습, (사진제공=충남도교육청)
김지철 충남도교육감이 윤봉길 의사의 상하이 의거 88주년을 맞아 충의사를 참배하는 모습, (사진제공=충남도교육청)

[충청게릴라뉴스=송호진 기자] 2020년 4월 29일은 매헌 윤봉길 의사의 상하이 의거 88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날 충남교육의 최고위 책임자인 김지철 충남도교육감은 충의사를 참배했다.

충남도교육청은 이 사실을 보도자료를 통해 사진과 함께 언론에 전했다.

그런데 그 보도자료에서 치명적인 실수(?) 하나가 눈에 띄었다. ‘일본 천황’.

보도자료에서 충남도교육청은 윤봉길 의사의 의거를 설명하며 “(중략) 윤봉길 의사는 상하이 훙커우 공원에서 열린 일본천황 생일경축식장에 폭탄을 던져...”라는 표현을 썼다.

‘천황’은 일본이 자신들의 왕을 스스로 높여 부르는 표현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공식적으로 ‘일왕’이라고 표현한다. 또 일부에서는 ‘왜왕’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천황’이라는 표현이 문제 되는 것은 단순히 공식표현이 아니기 때문만은 아니다. ‘천황’은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언어로, 일제가 우리의 국권을 36년간 불법적으로 침탈하는 동안 줄곧 우리에게 강요했던 ‘황국신민’의 불손한 대상이자, 태평양전쟁을 정당화하고 우리의 젊은 고귀한 목숨들을 전쟁터로 내몰았던 전범의 상징이기에 우리나라로서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말이다.

결코 일왕은 우리에게 천황일 수 없고, 다만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일 뿐이다. 그런 왜왕을 충남의 미래인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진 충남도교육청은 ‘천황’이라 칭했다.

이에 대해 충남도교육청 관계자는 “실수”라고 말했다.

충남도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왜 ‘천황’이라는 표현을 썼느냐. 부적절한 것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실수다. 고쳐서 다시 배포하겠다”고 해명했다.

실수, 일제 36년의 잔재가 남아있고 친일 청산이 아직은 요원한 상황에서 다른 기관도 아닌, 자라나는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아이들에게 올바른 역사교육을 책임져야 할 교육청에서 한 실수라기엔 너무나 치명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충남도교육청이 김지철 교육감의 충의사 참배를 알리려 배포한 보도자료. 이 보도자료에서 충남도교육청은 일왕을 ‘일본 천황’(붉은색 원 안)이라 칭했다.(사진=송호진 기자)
충남도교육청이 김지철 교육감의 충의사 참배를 알리려 배포한 보도자료. 이 보도자료에서 충남도교육청은 일왕을 ‘일본 천황’(붉은색 원 안)이라 칭했다.(사진=송호진 기자)

특히, 언론에 배포하는 기관의 보도자료라는 것이 통상 작성에서 배포까지 한 명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작성 후 부서책임자의 결재를 받아 확정되고 배포된다는 점에서 작성부터 확정, 배포까지 누구도 발견하지 못하고, 시정되지 않은 채 그대로 배포됐다는 점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는 해당 보도자료를 본 어느 누구도 문제의식을 갖지 못했다는 것으로 심히 우려스럽다.

물론, 아무런 인지 없이, 말 그대로 ‘실수’일 수 있다. 하지만, 있어서는 안 될 이 실수가 평소 역사에 대해 무감각한 관료사회의 민낯을 드러내 보인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더욱이 이 말도 안 되는 ‘실수’가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치명적인 실수’로 돌아오지 않을지도 걱정이 된다.

언론에도 문제는 있다.

일부 언론은 배포된 보도자료 그대로 ‘천황’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어떠한 문제의식도 없이 출입처의 보도자료를 충실히 받아 쓴 것이다.

혹자는 “별 것 아닌 실수로 트집을 잡는다”고 할 수도 있다. 또 혹자는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3·1 독립만세 혁명 및 대한민국 초대 정부 수립 100년을 지나 광복 100년을 바라보는 오늘에, 아직도 청산되지 않은 일제의 잔재와 반역자들에 대한 역사적, 법적 응징이 끝나지 않은 지금에, 충남도교육청의 실수라기엔 너무나 치명적인 이 실수가 우리 사회 전반에 내재 된 일제 잔재의 돌출은 아닐지 부끄럽고, 혹여라도 기성세대의 이 부끄러움이 우리 아이들에게 전염되지는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이러한 실수가 다시는 재발되지 않기를, 교육행정이 올바른 역사의식의 토대 위에 이루어지길 바라본다.

dt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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