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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출입통제체계 교체사업에 “일본제 기술 고집” 논란
공군, 출입통제체계 교체사업에 “일본제 기술 고집” 논란
  • 최정현 기자
  • 승인 2020.07.15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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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MIMS 체계에 적합하지 않아” “다른 의도 있다” 의혹 제기
국내 전문가들 “군인 개인 정보 일본으로 유출될 가능성 높아” 우려
시중은행, 인천국제공항에 이어 군대마저 일본 생체인식기술 적용
생체기술 기기 중 좌측부터 지문 인식기, 지정맥 인식기, 홍채 인식기 (사진제공=제보자들)
생체인식기술 기기 중 좌측부터 지문 인식기, 지정맥 인식기, 홍채 인식기 (사진제공=제보자들)

[충청게릴라뉴스=최정현 기자] 최근 공군본부가 ‘출입통제체계 교체사업’을 추진키 위해 ‘제안 설명회’를 개최한 가운데, 사실상 일본제 생체기술을 받아들이기 위해 ‘지정맥 리더기 시연’을 진행한 것이 아니냐는 전문가들의 의혹이 제기되며 자주국방 수호의지를 포기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국내 업체의 경우 5곳 정도가 지정맥(손가락 정맥)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나, 오인식률이 높아 '밈스(MIMS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에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공군이 지정맥 기술을 적용하려면 현 상태에서 일본 업체의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

이로 인해 일본 기술의 국내 잠식으로 인한 국외 정보 유출을 걱정하는 국내 생체기술 전문가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정맥 기술을 능가하는 국내 홍채인식 기술이 금융결제원에 바이오인증 테스트를 통과하는 등 서서히 생체인식 기술 강대국으로서 자리 잡아 가고 있어 “꼭 홍채인식 기술 등을 배제한 채 지정맥 기술을 사용해야 하느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14일 공군본부와 생체기술 전문업체 등에 따르면, 공군본부는 지난 7일 공군 전력지원체계사업단 주관 하에 ‘공군 출입통제체계 교체사업’을 위한 제안설명회를 가졌다. 제안설명회 안내문에는 명확하게 ‘지정맥 리더기 시연’이라고 못 박았다.

이날 제안설명회에는 국내 3개 제조사가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A사와 B사는 이미 국내 시장에서 오인식(FAR) 즉, 자신이 아닌 타인으로 인식하는 오류로 인해 신뢰를 잃은 업체였으며, 나머지 C사는 업계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업체다.

각 업체들은 등록기 및 고정형리더기, 노트북 등을 갖추고 등록기를 통해 지정맥을 등록한 후, 고정형리더기를 통해 1초 만에 인증이 가능한지 유무를 확인받는 방식으로 시연을 진행했다. 시연 업체에 대한 최종 확정은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국방을 담당하는 공군이 지정맥 기술을 고집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주국방을 외치며 국산 무기 생산에 힘쓰고 있는 군대가 그 노력이 무색하게도 병사들의 인적정보를 일본에 유출당할 수도 있는 기술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업체 중 지정맥 기술을 군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있는 업체가 현재는 없다는 것을 모두 아는 바인데, 굳이 공군에서 지정맥 기술을 콕 집어 제안설명회를 했다는 것은 뭔가 보이지 않는 의도가 있지 않겠냐”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또 한 생체기술 전문가는 “공군이 지정맥 기술을 적용하겠다고 나선 것은 결국 기술력이 떨어지는 국내 업체를 배제하고 일본 업체 기술을 적용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며 “전문가들은 모두 알다시피, 원천기술을 보유한 업체는 시스템구축에 관여하게 되기 때문에 해당 기관의 정보를 얼마든지 빼낼 수 있는 장치가 있다. 과연 일본이 군의 정보를 100% 건드리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생체인식기 제조사 대표도 “NH농협투자증권과 우리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 등 시중은행이 일본 기술을 받아들여 ATM 이용 시 손바닥 정맥으로 인증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한 것에 절망해야 했다. 인천국제공항 마저 일본 업체의 손바닥 정맥 인식기술을 받아들여 입출국시스템을 구축한 것에 땅을 치고 말았다”며 “공군의 행태를 보면서 기술의 종속을 스스로 당한다는 생각이 든다. ‘대한독립 만세’는 어디로 갔는지 어이가 없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공군 관계자는 “이번 설명회에 참가한 제조사는 모두 국내 업체로서 지정맥 기술을 정상적으로 시연해 보였다. 문제가 없었다. 이 중에 한 업체를 평가단이 선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군 관계자는 “3개사 모두 KISA(한국인터넷진흥원)의 인증을 거친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이다.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취재결과, 3개 업체 중 1개 업체만 지정맥 기술 관련해 KISA의 인증을 획득했으며, 나머지 2개 업체는 인증자체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는 등 검증절차상 문제점이 드러났다. 또 인증을 획득한 업체마저도 대기업으로부터 기술력을 외면당할 정도여서 ‘밈스’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KISA 관계자는 “공군의 사업(출입통제체계 교체사업)에 참가한 3개 업체 중 1개 업체는 인증을 거친 것이 맞지만, 나머지 2개 업체는 인증을 받은 바가 없다”고 확인했다.

이로 인해 공군 측의 사업추진 과정에 대한 의혹이 더욱 불거져 나오고 있다.

해당 업체들이 허위 서류를 제출한 것인지, 아니면 공군 측이 한 업체를 밀기 위해 나머지 업체를 들러리로 세운 것인지, 공군 측이 국내 업체의 낮은 기술력을 알고 결국 일본 업체기술로 선회하려 구실을 만든 것인지, 공군이 순수하게 검증절차상 허점을 드러낸 것인지 등 정확한 해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공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입장을 밝힐 수 없다”며 “윗선에 보고해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내 생체기술 전문가는 “공군 측의 지정맥 선호 양상은 분명 윗선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다가오는데 비대면 생체기술이 아닌, 직접 손을 접촉해야 하는 방식을 택한 것도 시대 흐름에 뒤처지는 군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며 “업계에서는 공공연히 공군 수뇌부에서 일본 업체를 밀고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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