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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자주정보국방’ 버린 공군 어찌할까
일본에 ‘자주정보국방’ 버린 공군 어찌할까
  • 최정현 기자
  • 승인 2020.07.16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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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게릴라뉴스=최정현 기자] 불화수소는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회로의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내는 공정(etching 식각)과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부식성 기체다. 까다로운 환경규제를 받은 데다 수익이 크지 않아 외면 받아오며 국내 자체개발 기회를 잃고 일본기업에 의존해왔다.

그러던 1년 전 일본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를 단행했다.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어리석음으로 말미암아 뒤통수를 정확히 얻어맞았다.

다행히 국내 반도체 생산은 크게 차질을 빚지 않았고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자립화와 함께 불화수소 국산화가 눈앞에 다가왔다. 이미 액체 불화수소는 국산화가 완료됐으며, 기체 불화수소는 올 연말까지 국산화가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한국 경제를 뒤흔들겠다고 자신만만했던 일본 아베 정부에게 허탕 친 기분을 안기는 ‘사이다’ 맛이지만, 민족적 공분을 삭혀야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분이 잘 안 풀린다. 다른 나라도 아니고 일본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다, 우리 국민이.

최근 공군본부가 참으로 어이없는 욕을 얻어먹고 있다. 출입통제체계 교체사업을 추진하면서 생체정보인식기술을 적용키로 했는데, 국내 뛰어난 기술을 무시하고 일본이 원천기술을 자랑하는 지정맥기술을 콕 집어 제안설명회 참가 자격에 명시했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국내 지정맥을 제품화 한 업체 중에서 밈스(MIMS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에 적합한 업체는 없는 상태다. 국내 굴지 대기업 관계자들에게 확인해도 아직 없단다, 앞으로 나오면 좋겠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도 공군은 국내 3개 제조사를 참여시켰고, 그들은 나름 공군이 요구하는 시연을 무사히(?) 마쳤다. 공군 관계자는 조만간 3개 업체 중 1곳을 선정하겠다고 했다. 모두 제품에 대한 인증을 KISA(한국인터넷정보원)로부터 받아 제출한 신뢰할만한(?) 업체들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웬걸 3개 업체 중 1곳만이 인증을 통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KISA 관계자 왈, 홈페이지에 인증 받은 업체가 게재돼 있다고 했다. 들어가 보니 2개 업체의 명단은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었다. 업체가 허위 문서를 제출한 것인지, 공군 관계자가 거짓말을 한 것인지 분명 누군가는 문제가 있다. 공군 측에 해명을 요구했는데 아직 답이 없다.

기자가 제보를 받아 취재에 나서기 전 취재원들은, 아니 업계 전문가들은 “공군이 일본업체를 밀기 위해 2개 업체를 들러리 세웠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다행히 3개 업체 모두 한국 업체였다, 자격이 미달인 것이 문제지만.

이 같은 취재 결과에 대해 한 전문가가 말했다. “국내 업체가 모두 자격이 안 되면 분명 일본 업체의 기술을 적용하려들 것”이라고. “아니면, 기술이 오인식률이 높아 자격이 안 되는 국내 업체일지라고 계약을 체결하고 뒤에서 준비해 놓은 소프트웨어 회사를 끼워 넣으려 할 수도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이렇게 해도 문제고 저렇게 해도 참으로 문제다.

전문가들은 “국내 지정맥 관련 업체들은 기술력이 낮아 ‘밈스’에 적합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일본의 기술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공군의 인적 정보가 일본으로 넘어가는 것을 정말 모르는 건지 군 수뇌부의 머릿속이 의심스럽다”고 혀를 차고 있다.

본보 기사가 나간 후 ‘공군본부 장성이 뒤에 있다’는 둥, ‘국내 기술이 성사되는 과정에서 공군본부의 지침으로 일본 업체 기술이 선정됐다’는 둥, ‘국내 우수 기술의 적용을 간곡히 호소했지만, 고집을 꺾지 않았다’는 둥 각종 제보가 들어왔다. 이들 내용을 잠시 들여다보니 사실인 것들이 몇 개 있어 후속 기사를 준비하고 있다. 참으로 답답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

국내 시중은행들이 일본 생체인식기술을 적용했고, 인천국제공항이 또 적용했다. 그런데 군대마저 일본 기술을 적용하겠단다. 자주국방은 껍데기만 있는 것인가. 알맹이에 해당하는 군대 인적정보가 다 새나가는 줄 모르는가. 8.15가 다가온다. 국내 생체인식기술 전문가들이 ‘와글와글’ 난리다.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말, ‘매국’이 터져나온다. 제발 정신 좀 차리자. 불화수소 문제 보다 더한 문제가 터질 수 있다는 점 잊지 말자. 반말해서 죄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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