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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전이하(瓜田李下)’ 새기자
‘과전이하(瓜田李下)’ 새기자
  • 최정현 기자
  • 승인 2020.07.24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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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게릴라뉴스=최정현 기자] ‘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을 우리는 잘 안다. 줄여서 ‘과전이하(瓜田李下)’라고도 한다. ‘오이 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뜻으로, 남에게 의심받을 짓(?)을 하지 말라는 고사성어다.

유래는 중국 전국시대인 제(齊)나라 위왕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위왕 때 간신 주파호가 국정을 농단했고, 이를 보다 못한 후궁 우희가 위왕에게 “북곽 선생처럼 어진 선비를 등용하소서”라고 간언했다. 그러나 이를 알게 된 주파호의 계략으로 우희는 북곽 선생과 전부터 좋아했던 사이로 몰려 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다행히 이 사건을 의심하던 위왕이 우희를 불러내 자초지종을 다시 묻게 됐고 우희는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이라고 했듯이 남에게 의심받을 일을 피하지 못했다는 점이 저의 죄입니다. 신첩에게 죽음을 내리신다 해도 더 이상 변명치 않겠사오나 주파호와 같은 간신만은 내쳐 주시옵소서”라고 간청했다. 결국 간신배는 죽게 됐고, 우희는 위왕과 행복하게 살았다는 결론이다.

이 고사성어는 사적으로도 사용되지만, 역시 공직자들에게 많이 사용된다. 이 말을 사용하는 경우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경계하고자 하는 바도 있겠고,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꾸짖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최근 공군에서 추진하는 생체인식기술 적용과 관련한 사항이 전자에 해당되는 일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공군은 출입통제체계를 교체하기 위해 지정맥 기술을 도입하고 실제로 일본 기술을 받아들였다. 이에 대해 국내 생체인식기술 분야 전문가들과 업체 관계자들은 군 정보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공군은 이 같은 여론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외장은 국내 것이지만, 내장 소프트웨어는 일본 회사 것을 장착한 제조사의 제품을 선정했다. 군 내 단일망 또는 폐쇄망을 사용하면 정보유출의 염려가 없다고 했다. 또 암호화 처리를 통해 설혹 정보가 새 나가더라도 문서나 그림을 읽을 수 없도록 했다고 해명했다. 핵커들의 기술력과 일본이라는 나라의 교묘한 성질을 간과한 답변이긴 해도 사실이기 바란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갸우뚱 하고 있다. 공군이 지정맥 기술을 발전 가능성 높은 기술로 추켜세우며 이미 세계적인 기술로 발전한 홍채인식기술 등 국내 기술은 대부분 배제했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사업에서는 홍채인식기술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다행이다.

문제는 ‘과전이하’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데 있다. 모 대기업에서 공군과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미 방사청이 적합하다고 선정한 홍채인식기술을 두고 공군 고위직 간부가 “지정맥으로 하라”고 딱 잘라 말했다는 소문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는 속담을 적용한다면 100% 사실이겠으나, 우리가 직접 들은 이야기는 아니니 사실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이어 들리는 소문에는 대기업 관계자가 읍소에 가깝게 “홍채인식기술의 적용을 고려해 달라”고 했으나,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덧붙는 소문은 그 고위직 간부가 조금 있으면 퇴역한다고 한다. 또 이어지는 소문은 그와 연관된 누군가가 지정맥과 관련된 소프트웨어 회사에 다닌다고 한다. 공군이 대부분 생체인식기술을 군 내부망 시스템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유독 ‘지정맥’을 강조하는 이유가 어렴풋하게 잡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혹시 이 소문에 대해 조금이라도 꺼리는 마음이 있는 해당자는 ‘과전이하’의 교훈을 다시 새겨야 할 것이다. 그저 본인의 기우(杞憂)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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