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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과 '무식'의 차이
'용감'과 '무식'의 차이
  • 최정현 기자
  • 승인 2020.08.2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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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게릴라뉴스=최정현 기자] 코로나19가 전세계를 강타하며 소중한 생명들을 앗아가고, 삶의 근간이 되는 경제를 뒤흔든 지 벌써 8개월을 넘기고 있다. 잦아들 듯, 사라질 듯했던 기세는 인류를 비웃듯 재확산의 양상으로 변하고 있다. 감염병의 종식을 선언했던 나라에서도 또다시 확진자가 나와 모든 움직임을 일시 멈추고 말았다. 인류가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난 것이다.

한국은 감염병 발생 초기 전세계에서 부러워할 만한 교과서적 방역활동을 전개해 칭송받았다. 우리의 자부심이기도 했다. 요는 이 같은 자부심을 안겨다준 ‘고마운 분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지금도 이들이 있기에 확산의 속도를 늦출 수 있어 감사하다. 방역에 힘쓰는 방역당국과 관계자들, 목숨을 걸고 생명을 지켜내는 의료진들이 대표적인 주인공들이다.

최근 8.15 광복절 집회로 인한 서울발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수준으로 전국을 잠식해가고 있다. 그동안 눈물겹게 희생했던 ‘고마운 분들’의 수고를 무색하게 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차제에 ‘용감과 무식의 차이’로 상념에 젖었다.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화를 삼키며 떠오른 두 단어가 ‘용감’과 ‘무식’이다. 두 단어는 전혀 다르지 않을 것 같은 속성이 있지만, 한편 비슷한 속성이 있어 생각해볼만하다. 더욱이 지금과 같은 상황이면 충분하다.

흔히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한다. 이때 무식이 앞선다면 그 용감함은 무모함에 가깝다. 앞뒤 따지지 않고 본인이 이루고자하는 목표를 향해 달려든다는 것인데, 결과는 주변이 다치고 피해가 발생한다.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용기는 가상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지탄을 받게 될뿐더러 본인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식으로 인해 유익함과 해로움을 따질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용감’은 무식과 마찬가지로 앞뒤 보지 않고 목표를 향해 돌진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목숨을 걸고 달리기 전 그 머릿속에는 이미 명확한 명분과 판단이 서 있다는 점이 다르다. 그 ‘용감’은 결과 후 만인으로부터 박수를 받게 된다. 본인을 포함해 주변인들의 희생이 다소 있을 수도 있겠으나, 전체를 놓고 보면 대의를 위한 소수의 희생으로 마무리 된다. 함께 희생한 사람들도 모두 감사의 박수를 받고 후대까지도 칭찬을 받게 된다.

다시 코로나19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숨 막히는 더위와 싸우며 자신의 생명을 돌보지 않은 ‘고마운 분들’은 앞뒤를 재지 않았다. 신종 감염병으로부터 내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야 한다는 대의명분을 새기며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두려움도 잊었다. 자신이 감염병에 걸려 치명적인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일찌감치 접어두었다. 제대로 먹지도 입지도 못하는 상황 따윈 안중에도 없었다. 열악한 환경이 아쉽기도 했고 서운하기도 했지만, 목표를 잊지 않고 돌진했다.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이들이 ‘용감’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8.15광복절 행사가 오버랩 된다. 대다수 국민이 우려했던 일이 그곳을 기점으로 일어나고 말았다. 행사에 모인 사람들은 코로나19가 전혀 무섭지 않은 것처럼 행동했다. 자기들이 모인 것은 대의명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국가를 위한 일이라고 했다. 그들은 자신들을 잘못된 정권에 맞선 투사처럼 여긴 듯하다. 행사가 끝났고 그들로 인한 코로나19 확산세가 누구 말대로 ‘쓰나미’처럼 전국에 밀려오고 있다. 행사에 참여해 격리된 한 사람은 도망을 갔다 붙잡혔고, 어떤 사람은 행사 참석 사실을 숨기고 돌아다니며 선량한 사람들에게 병원균을 전파했고, 어떤 사람은 검사를 요구하는 보건소 직원을 끌어안고 침을 뱉었다. ‘무식’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지금은 전란에 준하는 비상시국임을 잊지 말자. 우리 조상들은 끊임없는 외세의 침략에 맞서 하나 되는 모습으로 이 나라를 지켰다. 지금은 당리당략을 떠나 모두가 똘똘 뭉쳐 코로나19를 이겨내야 한다. 보이지 않는 무형의 적이 더 무서운 적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개인의 이해타산은 잠시 미뤄두고 국난을 극복한 후에 따져보자. ‘무식’을 발휘할 것이 아니라, ‘용감’을 발휘하는 ‘고마운 분들’처럼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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