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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비 대책 없어요”... 동네 목욕탕에 떨어진 ‘난방비 폭탄’
“난방비 대책 없어요”... 동네 목욕탕에 떨어진 ‘난방비 폭탄’
  • 강남용 기자
  • 승인 2023.02.08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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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비 통상 매출의 40%... 연료비 인상에 65%까지 치솟아
“에너지 가격 급등 부담 최소화 근거 법제화 등 대책 마련 필요”
대전 대덕구의 한 목욕탕 입간판.
대전 대덕구의 한 목욕탕 입간판.

[충청게릴라뉴스=강남용 기자] 대전 대덕구 인근에서 사우나를 운영하는 A씨는 탕 4개 규모의 목욕탕을 운영하면서 지난해 12월 500만원의 난방비 폭탄을 맞았다. 그해 여름 약 200만원대 중반의 연료비를 냈던 것과 비교하면 2배가 오른 것이다. A씨는 “매출의 40% 수준이던 난방비가 60% 넘게 치솟고 각종 공공요금까지 합치면 약 80% 가까이 지출하고 있다”며 “심야 영업을 중단하고 탕 온도를 조금 낮추는 등 일단 버티고 있지만 연료비가 또 오른다면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집합 금지 등으로 영업에 큰 어려움을 겪었던 동네 목욕탕들이 이제 가스·수도·전기 등 공공요금 인상으로 신음하고 있다.

7일 목욕탕 업계에 따르면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통상 가스·전기식 보일러를 사용하는 동네 목욕탕의 연료 부담은 매출의 40%다. 1990년대 굴뚝을 설치하고 벙커시유를 땔 당시에는 매출의 약 25%를 연료비로 부담했는데 30년 새 시설과 환경의 변화로 15%가 늘어났다.

그러나 이번 정부의 공공요금 인상으로 1년여 만에 연료비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5%까지 치솟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대덕구에서 목욕탕을 운영하는 A씨는 “작년 여름 날씨가 따뜻할 때는 연료비가 조금 올랐어도 목욕업계의 전통적 비수기이기 때문에 그렇게 티가 안 났다”며 “하지만 겨울이 되면서 손님도 늘고 온도 유지를 위해 보일러를 더 때야 하다 보니 여름과 비교해 2배 가까이 연료비가 나와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실제 가스요금은 지난해 4월(3%)과 5월(9%), 7월(7%), 10월(15.9%) 등 총 4번 인상됐다. 4월과 5월, 7월엔 따뜻한 날씨에 손님도 적어 가스 사용량이 많지 않아 가스요금 인상을 제대로 체감하지 못했으나 10월 15.9%의 가스요금이 인상되면서 목욕업계 역시 성수기로 접어들자 난방비는 폭탄이 돼 업주들에게 날아왔다.

충청지방통계청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대전지역 올 1월 기준 도시 가스요금은 전년 동월 대비 35.3% 올랐다. 또한 지역 난방비는 34.7%, 전기료는 29.5% 인상되며 공공에너지 요금의 영향을 많이 받는 목욕업계가 가장 큰 피해를 봤다.

더 큰 문제는 새로운 운영자를 찾기도 힘들고 철거도 번거로운 목욕탕은 폐업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시설을 그대로 인수해 목욕탕을 새로 운영할 사람이 나타나지 않거나 건물 전체를 허물고 신식 상가건물이나 빌라를 올리려는 건설업자를 만나지 않는 이상 보일러실과 배관시설 등 복잡한 철거 절차에 비용이 수천만원에서 1억원까지 들어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업주들을 위한 에너지 바우처를 확대하고 에너지 가격 급등 부담을 최소화할 근거를 법제화하는 등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한 경제전문가는 “목욕탕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입은 대표적인 업종으로 회복 기간도 없이 공공요금 인상으로 추가적인 피해를 입는다면 더 이상 버텨낼 수 없을 것”이라며 “에너지 바우처 확대나 에너지 가격 급등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근거를 법제화하는 등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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