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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앱 후기 ‘역갑질’ 사례 늘어
배달 앱 후기 ‘역갑질’ 사례 늘어
  • 강남용 기자
  • 승인 2023.05.18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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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의견 제기한 후기 글에도 삭제 종용…“찾아가겠다” 협박
신뢰도 하락에 조작 의혹 불거지는 등 소비자-판매자 간 갈등

[충청게릴라뉴스=강남용 기자] 대전에 거주하는 A(29) 씨는 최근 자택 근처에 있는 한 분식점에서 음식을 주문했다가 배달이 한 시간 이상 지연돼 음식이 도착한 뒤 배달 애플리케이션에 이를 언급하는 후기를 적었다. 그러자 다음날 해당 분식점 업주가 A씨에게 ‘후기를 삭제해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왔다.

최근 일부 자영업자들이 배달 애플리케이션 후기를 두고 소비자들에게 강요 또는 협박하는 ‘역갑질’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구매자가 평가 점수(별점)와 함께 후기 글을 남길 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하는데, 이 점수가 높은 업소는 통상 소비자들로부터 ‘검증’을 마쳤다고 평가된다.

이러한 시스템을 악용해 일부 소비자들이 고의로 별점 테러를 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다수의 업소가 이로 인해 피해를 보기도 했다.

이에 현재 대부분의 배달 애플리케이션에선 리뷰 모니터링팀을 운영하거나 업주의 신고를 접수해 악성 후기 글을 삭제하는 등 피해 근절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다만 앞선 사례들을 통해 ‘별점 테러’에 민감한 사회적 분위기 탓에 도리어 일부 업주들이 과잉 대처하는 상황에서 소비자와 갈등을 유발하는 문제가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전 서구에 거주하는 이모(27) 씨는 “며칠 전 한 음식점에서 주문을 했는데 내용물이 용기 밖으로 다 샌 채 배달되어 이를 개선해 달라는 요지의 후기와 별점 2점 정도의 평가를 남긴 적이 있었다”며 “그런데 업주가 전화를 걸어 ‘이런 내용은 남기지 말아 달라’는 말을 남기고 끊었다"고 말했다. 

이어 "악의적으로 후기를 작성한 것도 아닌데 당시 굉장히 불쾌했다”고 털어놨다.

17일 지역 맘카페 등에서도 이와 유사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게시글이 여러 차례 올라왔다.

한 맘카페 회원이 작성한 대전 소재 모 음식점에서 배달 주문을 한 뒤 신선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후기를 남겼으나 업주로부터 신고를 당했다는 글이었다.  

해당 게시글에 “후기를 반드시 확인해보고 주문하는 편인데, 이제 믿을 수 없겠다”, “악의적인 의도가 있는 것도 아닌데, 소비자가 이런 정보를 적지도 못하는가”라는 의견이 줄을 잇기도 했다.

문제는 몇몇 업소 측에서 후기 작성 제재에서 그치지 않고 소비자를 향한 협박까지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대전에 거주하는 A씨는 최근 배달 시간이 과도하게 지연된 점을 언급한 후기를 작성했다가 업주로부터 협박성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A씨는 “애플리케이션 고객센터 쪽에서 점주가 사과하고 싶어한다며 연락처를 알려줄 수 있냐 해서 응했더니 갑자기 점주 측에서 ‘집이 어디냐, 찾아가겠다’, ‘까불면 죽는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왔다”며 “그래도 엄연히 해당 가게에서 돈을 주고 음식을 샀고 그저 문제가 있다 생각하는 점을 솔직히 말한 것 뿐인데 이런식으로 나오니 너무 황당하다”고 토로했다.

현재 A씨는 해당 업소를 경찰에 신고했으며 배달 애플리케이션 고객센터에선 업소 측에 주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한편 정보통신망법 제70조에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가 벌금 또는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법조계에서는 상대방에게 비방의 목적이 있었는지 사실의 내용과 성질, 범위 등을 파악해 유무죄 여부를 가려낸다.

실제 지난 2020년 대법원에서도 사실 적시의 목적이 정보 전달 등 공익을 위해서라고 판단될 경우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의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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