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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아닌 가족이 함께 치료받아야”…정신질환자 치료·관리체계 허술
“개인이 아닌 가족이 함께 치료받아야”…정신질환자 치료·관리체계 허술
  • 강남용 기자
  • 승인 2023.08.17 1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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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서 진료받은 중증정신질환자 총 2만1524명
퇴원 후 1개월 이내 36.7% 외래 방문하지 않아
복약상태 안부 등 사후 관리 부실
중증정신질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상태로 방치돼 증상이 악화되며 문제가 발생하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있다.
중증정신질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상태로 방치돼 증상이 악화되며 문제가 발생하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있다.

[충청게릴라뉴스=강남용 기자] A씨는 지난 3일 오후 5시56분경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AK플라자 백화점 앞에서 보행자들을 향해 차량으로 돌진하는 사고를 낸 뒤, 차에서 들고 내린 흉기를 무차별적으로 휘둘렀다. 이 사건으로 1명이 사망하고 13명이 다쳤다. 경찰은 A씨가 2020년 '조현성 인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은 이후 최근까지 3년간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다가 망상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2. B씨는 지난 4일 오전 9시24분경 대전 대덕구 송촌동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 침입 후 교사 C씨를 7번 찌르는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주거지 인근 병원에서 조현병과 우울증을 진단받고 치료받던 중 입원 치료 권유를 거부하고, 그 이후 입원‧치료를 받지 않아 현재 망상에 의한 범행 여부를 수사 중이다.

중증정신질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상태로 방치돼 증상이 악화되어 문제가 발생하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있다.

최근 묻지마 칼부림 사건 피의자들이 정신질환 치료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고 중단해 망상으로 인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으나, 정부와 지자체, 의료기관 등에서는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발굴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의 국가 정신건강현황 보고서 2021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 동안 정신의료기관에서 15세 이상 진료받은 실 인원은 조현병 분열형 및 망상장애 8452명 양극성장애 3983명 중증도 이상 우울 에피소드 및 재발성 우울장애 9089명으로 총 2만1524명으로 조사됐다.

다만 대전에 등록된 정신질환자 수는 1439명으로 입·퇴원한 환자만 등록돼 있어 정신 의료기관에서 진료받은 인원은 포함되지 않아 관리 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없는 실정이다.

특히 중증정신질환자(치매 제외) 중 퇴원 후 1개월 이내에 정신건강의학과에 외래 방문하지 않은 사람의 비율은 36.7%로 환자의 복약 상태와 안부 등 사후 관리가 부실해 치료 중단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치료 중단자가 자발적으로 찾을 수 있는 시설 마련과 환자를 꾸준히 관리할 수 있는 인원 등 제도가 필요하다.

그러나 대전시에 정신건강 관련 기관 현황에 따르면 환자들이 관리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은 광역정신 건강복지센터 1곳, 기초정신건강 복지센터(아동·청소년 정신건강 복지센터 포함) 5곳, 정신 재활시설 29곳, 정신요양시설 4곳, 정신 의료기관 84곳으로 총 123곳으로 정신 의료기관에서 진료받은 중증정신질환자 수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김소진 중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호관찰소에 있는 사람들을 상담한 결과 이들의 근본적인 문제는 사회를 처음 경험하는 가정에서부터 마음의 병이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우리나라는 가정 내부의 문제를 끌어안고 안에서 해결하려는 문화가 강해 방치되는 경우가 많지만, 지금은 개별적 접근이 아닌 가족적인 접근이 이뤄져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가정이든지 쉽게 심리 상담과 정신질환 치료를 이어갈 수 있고, 사각지대에 있는 청년들이나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관리해 주는 시스템과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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