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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책] 대립하는 사건들을 통해 살펴본 현대 사회의 법치
[오늘의책] 대립하는 사건들을 통해 살펴본 현대 사회의 법치
  • 강남용 기자
  • 승인 2023.08.30 1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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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얼마나 정의로운가/폴커 키츠 지음/배명자 옮김/한스미디어/284쪽/1만 8,000원

[충청게릴라뉴스=강남용 기자] 무대에 오른 배우가 살아 있는 토끼의 목을 비틀고, 칼로 내리친다. 이어 관객의 눈앞에서 토끼 내장을 꺼낸다.

독일 베를린의 한 공연장에서 '토끼의 죽음'이라는 제목으로 벌어진 행위 예술이다. 잘린 토끼의 머리는 유리병에 담겨 전시되기도 했다.

독일 동물보호법은 합리적 이유 없이 척추동물을 죽일 경우 3년간의 자유형(구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예술가는 '동물을 먹는 것은 합리적 이유'이며 사람들은 이를 '육식'이라고 부른다고 항변했다. 그는 공연 일주일 후 사람들과 토끼 고기를 먹었다. 공연 때 잡은 그 토끼였다.

예술가는 육식하는 이들의 양심을 괴롭히기 위한 공연이라는 입장이었다. 그는 고발당했고 당시 행위가 예술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동물을 죽이지 못하게 제한하더라도 예술의 자유가 충분히 남아 있으며 토끼를 죽인 것은 불필요한 행위라고 판결하고 처벌을 명했다.

'법은 얼마나 정의로운가'는 서로 다른 견해가 팽팽하게 대립하는 19가지 사건을 통해 현대 국가가 어떻게 법치의 기준을 형성했는지 소개한다.

1천명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무고한 100명을 희생해도 되는지, 종신형이 정당한 형벌인지, 구조를 위한 고문은 정당한지 등 법과 윤리 사이의 난제를 다룬다.

책은 판사가 사건에 대한 철학적인 답을 내놓아서는 안 되며 관계된 사람의 운명을 어떻게든 결정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결론을 내리는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2017년 국내 출간했고 이번에 개정판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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