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1:09 (목)
[오늘의 책] 반려동물과 이별할 준비, 되어있나요?
[오늘의 책] 반려동물과 이별할 준비, 되어있나요?
  • 강남용 기자
  • 승인 2023.10.06 14: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서 오세요, 펫로스 상담실입니다 / 조지훈 지음 / 라곰 / 256쪽 / 17,800원

[충청게릴라뉴스=강남용 기자] 사랑스러운 반려동물이 교통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거나, 중병에 걸려 안락사해야 한다고 통보받았다면?

가족과의 사별에 버금가는, 언젠가 닥쳐올 수 있는 이러한 순간에 대해 반려인 모두는 스스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걸까.

신간 '어서오세요, 펫로스 상담실입니다'는 반려동물과의 이별에 따른 상실감으로 심신의 고통을 겪는, 이른바 '펫로스'(pet loss) 증후군을 앓는 반려인들을 위로하고 조언해준다.

임상심리 전문가인 저자는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뒤 '새 식구'를 데려오면 펫로스 극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처럼, 몇 가지 잘못된 인식과 오해가 있다고 지적한다.

비반려인들은 반려동물과의 사별로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을 '비정상적'이라고 손가락질하지 말아야 한단다.

누구보다 친밀한 애착, 깊은 감정적 유대감을 가졌기 때문에 이해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특히 정서적 교류나 유대감이 부족한 사람과의 사별보다 함께 살던 반려동물과의 사별이 오히려 더 고통스러울 수 있다고 위로한다.

반려동물과의 사별은 사람과의 사별만큼 중요하지 않으며 인간의 존엄성을 해친다는 일반의 오해를 반박한 대목이다.

아이들은 사별의 고통을 쉽게 털어낼 수 있다는 생각 또한 그릇된 인식이라고 한다.

아이들은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는 사별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고양이 어디갔어 엄마?"라는 물음에 "네가 하도 괴롭혀서 멀리 가버렸어"라는 식으로 상처를 주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대신 "고양이들은 시간이 지나서 죽으면 고양이 나라로 돌아가. 우리와의 시간은 이제 다 된 거야. 엄마는 너를 사랑하고 항상 너와 함께 있을 거야"라고 말해주는 것이 맞는단다.

아이가 사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고, 이를 계기로 가족 간의 유대도 다질 수 있다는 의미다.

반려동물은 다른 반려동물 친구의 죽음에 상처를 적잖이 받는다고 한다.

밥을 안 먹고 무기력하거나 다른 친구를 찾아 헤매는 등의 행동을 할 때는 신경을 써서 보살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안락사에 대해서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라고 권유한다.

질병을 앓는 반려동물의 고통을 덜어주고 황폐해진 삶의 질을 개선해 줄 수 있는 자비롭고 도덕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내 욕심으로 반려동물을 고통 속에 가둬두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되, 질식이나 마취 없는 근육이완제 주사 등 부도덕하거나 고통스러운 방법을 택하지는 말 것을 경고한다.

또 동물병원에서 정밀한 검사를 토대로 한 소견을 받아 회생 가능성을 확인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는 것.

장례식은 무리한 지출을 감수하면서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해도, 떠난 현실을 받아들이고 애도 과정을 거쳐 펫로스를 극복하는 단계라는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권한다.

죽음을 맞이하기 전 가끔 배변한다는 반려동물의 배설물을 티슈로 닦아주고, 평소 좋아했던 담요로 덮어주고, 못다 했던 말을 담담하게 할 것을 저자는 주문한다.


혹시 끔찍한 폭력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 의심된다면 법적 시시비비를 가려 가해자가 죗값을 치르도록 하기 위해 부검을 의뢰할 필요도 있다고 제안한다.

그리고 반려동물을 함께 키웠지만 따로 사는 가족들이나, 양도해준 전 주인 등에게 세상을 떠난 소식을 알려주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한다.

저자는 슬프다고 술만 마시지 말고 반려동물이 즐겨 앉았던 자리에 화분을 놓는다든지, 집안 인테리어를 바꾸고 운동 취미를 가져보거나 펫로스 모임에 나가보는 등 우울한 기분을 극복할 다양한 방안을 제시한다.

1천500만명으로 추산되는 반려인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닐 수 있지만, 반려동물과의 사별 직후 겪는 충격과 죄책감, 분노, 우울 등의 감정 변화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교감이나 정서적 교류 없었던 지인의 죽음보다 함께 살던 반려동물과의 사별이 더욱 아플 수 있다는 저자의 생각은 인간 소외 현상을 되돌아보게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